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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러의 소개팅

  • 추천 0
  • 2017.12.06 17:43
내 나이 서른 둘

마지막 연애는 스물 아홉.

ㅈ지잡대 출신에 꾸역 꾸역 인서울 직장 구해서 생활한지 3년차.

상경하면서 헤어진 여자친구는 울고 불고 난리 치더니 나랑 헤어지고 6개월 만에 결혼.

그동안 일이 바쁘기도 바빴고

서울엔 별 연고가 없어 여자를 만나거나 소개 받거나 하질 못했지.

그래.

그랬었지.

돈은 조금 모았고 가진건 승용차 한대, 원룸 보증금.

솔직히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했었다.

그러던 중에 회사 선배가 뜬금 없이

소개팅 할래?

나보다 2살 어린 선배년은 타이트한 정장치마를 잘 입고 온다.

가끔씩 팬티라인이 드러나는게 보이면

그대로 머리 끄댕이 책상에 박아놓고 치마 걷어올려서 뒷치기로 조련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나보다 두살 어리지만 싸가지 없이 끝까지 반말하는것도

나름 새침한 매력이 있어서 길들이고 싶은 여자.

그런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소개팅 할래.'

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건진 잘 모르겠으나,

그 선배년이 소개 시켜주는 여자는 그 선배년 만큼 괜찮을 거 같았다.

조신하고 착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이쁘면 된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선배년이 먼저, '일단 너무 착해'라고 해버려서

'이뻐요?'하고 물어보질 못했다.

주선자가 남자였다면 조금 더 파고 들었겠지만,

나도 가진거 없는 상황에서, 그것도 회사 선배년한테 깐깐하게 굴기는 싫었다.

오케이 했다.

소개팅 당일

하늘이 열린 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따뜻했고,

풍경들이 향기로웠다.

저 멀리에서 '그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만치에서 봐도 고현정을 좀 닮은 느낌이었다.

착해 보였다.

큰 옷을 입고 있었다.

펄럭 펄럭한 옷이었지만

펄럭 펄럭 하지 못한 옷이었다.

그래.

덩치가 큰 여자 였다.

고현정 닮은 착한 느낌의 여자.

몸매는 착하지 못했다.

멍칭깡?

예전에 티비에서 봤던 누군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멍칭깡

이새끼야 정신차려.

너도 가진거 하나 없잖아.

저렇게 후덕한 여자들더 나름 매력이 있다고.

그래, 넌 저 여자 아니면 답도 없을 거야.

좋은 만남,

굿 미팅 하자.

뭐 좋아하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미리 예약해둔 일식집에 갔다.

그 여자, 딱히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목소리가 좋았다.

마치 뉴스 앵커가 내 앞에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직업은 유치원 선생님

나보다 3살 어린 여자.

적당히 비싼 일식 코스 요리였는데

음식을 알뜰히도 잘 먹었다.

접시위에 풀 한쪼가리 남기지 않고 다 먹는 여자 였다.

아깝잖아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 눈치를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살림은 잘 하겠다 싶었다.

웃는게 이뻤다.

뚱녀들은 열등감 덩어리고 예민하게 군다는 편견이 깨지는것 같았다.

뚱뚱하지만, 말투가 착하고 귀여웠다.

회를 한번에 2조각씩 먹었다.

그건 좀 마음에 안들었다.

간장을 아주 듬뿍찍어 먹었다.

음...

무슨 일 하는지 미리 알고 갔었기 때문에 묻지 않았다.

나는 그 여자에게 취미가 뭔지 물어봤다.

그 여자는 내게 음악 좋아하냐고 물었다.

어쩌다가 노래방을 갔다.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불렀다.

고현정이 빅마마 맴버 였던가.

그 여자의 목소리가 그 울통을 통해 5.1 채널 돌비 사운드로 울려 퍼지는 듯 했다.

온 노래방에 ...

나는 지오디의 거짓말을 불렀다.

그 여자는 손을 살랑 살랑 흔들어 줬다.

잘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너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잖니

싫어 싫어!!!

깜짝 놀랐다.

그렇게 웅장하고 광야같은 싫어 싫어는 처음이었다.

왜 하필 그 타이밍에

싫어 싫어를 했는지

왜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는지

나는 그 싫어싫어 때문에 한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아, 아무리 궁해도 이여자는 만날수 없는 여자구나.

서로 사랑의 결실을 맺어 만난다고 치자

의견차가 생겨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그 여자의 싫어싫어를 듣게 된다면

그때에도 나는 그 여자의 싫어싫어를 받아 줄 수 있을까?

맞아.

틀리지 않을 것이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는 직감.

그 여자의 싫어 싫어.

헤어지고 연락을 안했다.

무언의 거절이었다.

한차례 시도 되었던 그 여자의 소심한 카톡은 씹어버렸다.

그리고 여자들은 참

알 수 없지.

뭐하세요? 하고 보냈었던 그 여자.

우리 선배년에게는

그분 솔직히 별로였다, 라고 전했단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이루어지지 않을수 있다면

차라리 싸게 먹힌거지.

내 나이 서른 둘

결혼은 좀 더 미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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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이국주 였나보네 하...
0
ㅅㅂ
뭔가 설렐까 싶어서 계속 읽었는데 이건 반대네 ㅋㅋㅋㅋㅋㅋ
0
ㅇㅇ
선배년이나 꼬셔서 먹어바
1
어떻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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